▲ 에스퓨얼셀이 2014년 경북도청 신청사에 설치한 건물용 연료전지 시설 전경.

[월간수소경제 조규정 기자] 신정부의 탈원전 선언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연료전지도 예외는 아니다. 분산전원 최적의 기술로 향후 빠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의 변화는 더디다. 특히 중소형 연료전지시장은 보급사업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로 보급사업 예산이 늘어나지 않으면 시장 활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이 기업은 수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신규시장에 대한 빠른 대응, 마케팅 능력으로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건물용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에스퓨얼셀이다. 

GS칼텍스 연료전지팀과 태양광 전문기업인 에스에너지가 손을 잡고 지난 2014년 설립한 에스퓨얼셀의 연료전지 기술 역사는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 국내 최초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 스택 개발, 국내 최초 연료전지 전문회사 등 연이어 ‘최초’ 타이틀을 따내며 명성을 떨치던 CETI(세티)가 현재 에스퓨얼셀의 모태다. CETI는 당시 GS칼텍스의 자회사로 스택뿐만 아니라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도 나섰다. 이후 2005년 GS퓨얼셀로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사명으로 변경하고 5kW급 수소 발전시스템을 개발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아파트에 연료전지를 설치·운영하는 기록을 남긴 바 있다.

건물용을 넘어 발전용 시장까지

▲ 경북도청 신청사에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총 12기(60kW)가 설치돼 있다.
에스퓨얼셀은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 방식의 5kW, 6kW, 10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 제품군을 개발해 매년 최고 매출액을 갱신하고 있다. 2013년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 인증 획득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국내 첫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설비인증도 따냈다. 이듬해에는 5kW급 건물용 LPG 연료전지 시스템·설비인증을 획득하는 등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기술개발 노력은 이어져 지난해에는 모듈형 6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시장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한 좋은 예다.

▲ 에스퓨얼셀 본사내에 설치된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운전 시연 체험관.
건물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용량은 다양하다. 한 건물이 48kW/h의 전력을 필요로 할 경우 기존에는 1·5kW급으로만 대응할 수 있어 5kW급 9대, 1kW급 3대(총 12대)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6kW급 시스템으로 대응하면 8대만으로도 가능해 설치공간을 줄일 수 있다. 이 제품은 출시하자마자 시장 호응이 이어지면서 가장 빠른 매출성장을 보이고 있다.

에스퓨얼셀은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4년 공공건물 의무화시장의 첫 결실인 경북도청 신청사(60kW)를 시작으로 서초 꽃마을 복합건물(50kW), 용산호텔(145kW), 롯데캐슬아파트(100kW) 등으로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1kW급 약 300kW, 5~10kW급 약 1,000kW 이상 설치해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후지전기코리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연료전지 발전사업에도 뛰어 들었다. 양해각서 주요 내용은 △후지전기의 100kW급 연료전지 시스템 공급 △부생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발전사업 △공공 및 민간 의무화 시장 진출 △향후 사업 협력 등이다. 특히 후지전기의 연료전지는 인산형연료전지(PAFC)로 순수 수소를 사용했을 경우 정격출력 105kW, 발전효율은 48%에 달할 만큼 효율이 좋다. 더욱이 도시가스뿐만 아니라 바이오가스도 연료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 역시 눈길을 끈다.

한편 일각에서는 수소인프라 부재로 도시가스를 개질해 만든 수소연료전지를 가동할 경우 CO₂가 발생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나 타 발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희권 에스퓨얼셀 대표는 “동일한 연료량에서 발생되는 배출가스는 시스템 효율과 정확히 비례한다”며 “일반적으로 연료전지의 전기효율은 40%를 넘어서고 열효율을 합산한 종합효율까지 고려하면 90% 이상인 반면 석탄화력 및 가스터빈의 전기효율은 30%를 넘기기 어려워 타 발전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도 에너지효율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보급 정책에 맞춰 시장 공략

▲ 에스퓨얼셀과 후지전기코리아의 MOU 체결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은 크게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사업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의무화(공공·민간)시장으로 나뉜다. 초기 시장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보급지원사업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특성상 시장 규모를 확장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국내 의무화 시장 규모가 보급시장을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향후 건물용연료전지 시장이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전 대표는 “공공건물 의무화시장도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 서울시 조례 등으로 민간규제 시장의 성장이 빠르다”며 “내년 민간시장과 공공시장이 각각 약 3,200kW, 650kW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도 민간건물 건축 시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강제하는 규정을 조례로 제정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연료전지 시장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조례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민간건물의 신재생에너지 설치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앞서 2013년에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에너지 생산량 산정지침’에 지자체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항목을 포함시키며 보급 활성화에 불씨를 당긴 바 있다. 이는 가중치가 부여될수록 신재생에너지 설치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가중치 산정에 사용되는 것은 ‘보정계수’로 올해 3월 서울시 에너지 생산량 산정지침에 따르면 PEMFC 원별 보정계수는 2.84(단위 에너지 생산량 7,415kWh/kW·yr)다.

▲ 에스퓨얼셀의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좌)와 5kW급 연료전지 모델.
이와 함께 서울시는 지난 7월 건물용 연료전지 보급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서울시 초미세먼지에 대한 발생원 조사 △서울시 에너지 사용과 분산형 연료전지 보급 현황 △건물 연료전지 관련 자가열병합발전(Co-gen) 시스템 선행 정책 연구 검토 △연료전지 도입 시 초미세먼지 배출량 및 에너지 저감 효과 분석 △서울시 분산형 연료전지 추진 관련 법령 및 조례 검토 등의 내용이 주요 골자다. 연구용역 결과가 제시되면 분산전원으로서 연료전지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 1월 올해를 ‘클린에너지 원년’으로 선포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지난 4월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국장급 정책관을 신설했으며 부속으로 에너지산업과와 6개 팀을 설치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전력할 것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전 대표는 “연료전지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과 환경이 점차 우호적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느낀다”라며 “(이럴 때일수록)에스퓨얼셀은 물론이고 연료전지 업계 모두 변화되는 시장의 니즈(needs)를 파악해 경쟁력 있는 제품과 가격을 확보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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