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장성혁 기자] 지난 2월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 수소산업 전문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수소산업 협단체장은 물론이고 관련 기관, 업계 관계자, 학계 등 산업 전 분야에서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국회신재생에너지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원욱 의원(민주당, 국토위 소속)이 한국수소산업협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수소법(가칭)’의 입법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모두 발언에서 간담회 개최 배경이 잘 드러나 있다. 이 교수는 “선진 주요국은 수소를 에너지로 국한하지 않고 수소사회 실현이라는 큰 틀에서 관련법 등을 제정해 움직이고 있다”라며 “우리도 수소사회 진입이라는 목표를 두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산업육성, 기술개발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법의 형태(특별법, 일반법)는 법률안에 포함된 내용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현행 법률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특별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추진방향을 언급한 바 있다.

워킹그룹 결성 이후 총 6차례 논의진행

간담회 이후 약 두 달 뒤인 4월 13일 수소관련 전문가들이 또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수소법 제정을 위한 워킹그룹에 포함된 전문가로 이날은 첫 워킹그룹 회의가 진행된 날이었다.

국회신재생에너지포럼 수소경제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한국수소산업협회가 모임을 이끌었다. 특히 간담회 이후 3월 수소협회 정기총회에서 제2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장봉재 협회장은 실질적인 좌장역할을 맡았다. 킥오프(Kick-off) 회의 성격이 짙은 이날 모임에서 장 회장은 “관련법안을 속히 마련해 수소법 제정이 빠른 시일 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폭 넓은 논의를 진행하면서도 세부 법안에 포함될 내용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워킹그룹 활동은 지난 6월27일 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총 6차례 회의가 진행됐다. 특히 6월에는 3차부터 6차까지 총 4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법안 완성에 공을 들였다. 마지막 진행된 6차 회의에서 2개의 법률안이 제시됐다. ‘수소경제사회 이행 촉진법(안)’과 ‘수소산업 육성법(안)’이다. 큰 틀에서는 2개의 법안 모두 같은 내용이지만 세부적으로 조문의 유무로 구분을 두었다. 이와 관련해 법안 작성을 담당한 이종영 중앙대 교수는 “법안이 만들어져도 발의할 주체와 관계부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선택의 묘를 살릴 수 있는 복수안을 제시하게 됐다”라며 “무엇보다 대표발의 국회의원 외에 가급적 많은 의원들의 참여를 이끌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각 조문들이 필요한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킹그룹은 6차 회의 이후 지난달 4일 국회신재생에너지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원욱 의원실을 방문해 그간 진행과정과 최종 법안에 대한 세부내용을 설명하며 향후 진행사항을 논의하는 것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기본계획·기반조성 등 8~9장으로 내용 구성

▲ 수소법 제정을 위한 워킹그룹 전문위원.
워킹그룹이 최종 작성한 법률안의 가장 큰 특징은 관련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본계획과 수소이용 시설의 설치·운영 촉진(특례), 기반 조성 등의 내용을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법률안 발의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세부적인 내용 언급이 조심스럽지만 굵직한 내용을 중심으로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기본계획 수립이 눈에 띈다. 기본계획은 1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 단위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토록 했다. 또한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재원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수소전문기업도 육성한다. 우선적으로 수소전문기업 확인을 받도록 하고 자격을 취득하면 정부 보조·융자를 비롯해 각종 기금의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초기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련산업의 확장을 위해 수소연료공급시설과 연료전지에 대해 의무설치 및 이용촉진 계획 수립 등을 강제화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기반조성도 눈여겨 볼 항목이다. 산업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로 인력양성과 제품표준화, 해외진출 지원체계를 갖추고 수소산업 관련 통계를 작성토록 했다. 이 외에 주목되는 부분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책수립을 권고한 부분이다. 수소산업에 있어 사회적 수용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이 외에도 ‘수소산업특화단지 조성’, ‘재생에너지로 제조한 수소의 특례’, ‘연료전지용 천연가스 요금체계 수립’, ‘한국수소산업진흥원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법률안이 마련됐지만 관련법이 공포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적으로 관계부처의 검토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법률안에 포함된 조문별 협의에 따라 일부 내용이 수정 또는 삭제될 가능성이 있다. 법률안이 발의되더라도 국회운영에 따라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

물론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신정부가 잇달아 신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을 위한 정책을 권고하면서 향후 수소에너지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법 제정이 이뤄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장봉재 수소 협회장은 “큰 일을 도모할 때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을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지금 중요한 것은 남아있는 최선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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