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차는 국산화율이 98%이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에 나섰으며 앞으로도 리더십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2015년11월 고객소통행사 ‘마음드림’에서


“수소전기차는 전기 발생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10만대를 세워놓고 전기를 생산하면 원자로 1기를 대체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주차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전기료를 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2016년2월 ‘부산국제모터쇼’미디어 초청행사에서

“도요타 미라이가 어떻고 하지만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현대차가 독보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전기차 시장이 아직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이기에 (국내에서) 조금만 적극적으로 보급된다면 이를 기반으로 수출산업화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2016년 8월 ‘수소융합얼라이언스’ 발족식에서

“수소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량보다 더 떨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전기차는 원가의 절반 이상이 배터리가 차지해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수소전기차는 배터리와 달리 기계시스템으로 돼 있어 차량가격을 낮출 수 있다”- 2017년5월 ‘4차산업혁명과 사업의 과제’ 심포지움에서

[월간수소경제 장성혁 기자] 권문식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그룹 내 연구개발부문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선행개발실 고위직을 두루 거치며 수소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량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완성차업계에서 친환경차량 개발은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더욱 강화되는 이산화탄소·연비규제에 내연기관차량만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현대차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어 어느 지역 어떤 규제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라며 “향후 수소전기차가 대세를 이끌겠지만 그 시기가 오기 전까지 다양한 친환경차량을 준비해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개발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차는 친환경차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얻고 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엔진을 탑재한 차량에서 최고의 연비를 획득했고 아이오닉 전기차는 가장 연비 좋은 차로 인정받아 EPA(미국환경보호청)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수소전기차는 현대차가 특히 공들이는 친환경차 모델이다. 완성차업계 최초 양산체제를 갖추면서 관련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수소전기차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권 부회장은 현대차만이 노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그는 “도요타는 물론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혼다, 다임러, 아우디, BMW 등 메이저 완성차업체 모두가 대규모 연구비를 투입해 수소전기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라며 “관련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 현재 기술적 우열을 가리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어 “다만 수소전기차 역사에 있어 현대차가 최초로 양산에 나섰고 이로 인해 관련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은 공로는 분명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첫 양산에 나선 2013년 이전에는 수소전기차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충전인프라를 구축해 충전시설, 부품 등의 실증을 원했던 관련기업은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 권 부회장은 “충전소와 차량을 흔히 닭과 달걀로 비유해 무엇이 먼저인지 논쟁이 붙곤 하는데 이 문제를 현대차가 양산을 통해 해결한 것”이라며 “세계 어디에서든 주문이 들어오면 3개월 내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 유럽과 미국의 충전인프라 구축사업이 실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 양산은 이제 현대차의 전유물은 아니다. 2014년 말 도요타는 사전예약판매를 실시해 판매 첫 해 목표인 400대를 훌쩍 넘기는 등 인기를 끈 바 있다. 이후 혼다에서도 지난해부터 판매에 돌입했다. 이와 맞물려 유럽,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충전인프라 구축 움직임도 점차 빨라지고 있지만 국내 구축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권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수소전기차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충전인프라 구축 등)을 보이는 것은 친환경 운송수단의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향후 국가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수소전기차를 미래의 기술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완성차업체 세 곳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차량 판매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럽과 일본,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서조차 충전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든 민간투자자든 충전인프라 구축에 있어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 심심찮게 대두되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경쟁관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승자, 독식 등 세간의 평가와는 다른 의견이 눈길을 끌었다. 배터리를 이용하는 전기차와 달리 수소전기차는 기계적 시스템 특성이 강해 기술개발이 진행될수록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각국이 지닌 환경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부회장은 “지역과 국가에 따라 에너지구조가 다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가 어떻게 저장되고 소비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인가에 따라 전기를 직접 사용할지 혹은 가스(수소) 형태로 사용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해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라 우위가 결정되겠지만 상대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여의치 않은 곳은 다른 지역에서 수소를 수입해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수소차가 효율적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현재 현대차가 양산하고 있는 수소전기차는 기존 ‘투싼’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나 내년 초 수소전기차 전용차량 출시가 예약돼 관심을 끈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첫 선을 보여 친환경이미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내부 전략을 구체화한 것은 물론 민간판매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출시 전이라 상세한 제원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기존 투싼 수소전기차와 비교하면 내구·효율·출력 등 모든 면에서 우월한 성능을 지니고 있어 기대해도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판매에 대해서도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판매할 계획은 갖고 있지만 상용화된 충전인프라가 충분치 않아 판매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발표된)환경부, 국토부의 충전인프라 구축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는 수소산업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에너지, 자동차, 부품소재, 중공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기업 13개사가 모여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를 발족하고 수소연료를 대체에너지로 적극 사용해 줄 것을 국제 사회에 강력히 요청했다. 초기 멤버로는 현대차, 다임러, 토요타, 혼다, BMW(이상 완성차), 로얄 더치쉘, 린데, 에어리퀴드, 엔지, 토탈(이상 에너지 및 가스), 가와사키(중공업), 알스톰(전철), 앵글로아메리칸(광산)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발족 이후 수소위원회 가입요청뿐만 아니라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최근 2개의 기업이 추가로 가입해 현재 15개 기업이 협력하고 있다”면서 “수소에너지가 이산화탄소 저감을 비롯해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는 비전 제시와 로드맵을 마련해 수소사회 진입을 위한 공동노력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전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분야 특화 전문저널인 본지에 대해서도 덕담을 남겼다. 권 부회장은 “무엇을 먼저 한다는 것은 항상 모험이 필요하고 어려움이 따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그 시도가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며 수소에너지가 일반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대국민 수소 홍보대사의 역할을 수행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권문식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출생: 1954년 서울

학력: 서울대학교 기계공학 학사 / 독일 아헨공과대학대학원 생산시스템공학 석·박사

경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 현대정공 /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선행개발실장, 선행개발센터장,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 / 현대제철 제철사업관리본부장, 제철사업총괄 /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 겸 사장 / 현대차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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